산,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날 -김용택-
산 - 김용택 -
강물을 따라 걸을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자리에서 사는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들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 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 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봄날 - 김용택 -
나 찾다가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