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구(禪雲寺 洞口) - 서정주 -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읍니다.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을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귀촉도: 두견잇과에 속한 새
'귀촉도'는 촉나라 망제가 죽어서 되었다는 귀촉도의 전설을 모티브로 하여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였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 부터 소쩍새는
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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