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언 -하이네-
저녁 어둠 다가오고
물결은 더욱 사납게 울부짖는데
나는 해변에 앉아
파도의 하얀 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고
너를 그리워하는
깊은 슬픔이 내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랑스런 너의 모습,
그 모습 어디를 가나
나를 부른다 어디서든지.
어디서든지 바람소리 속에서도
바닷소리 속에서도
그리고 내 가슴의 탄식 속에서도
가느다란 갈대를 꺽어 나는 모래에 썼다.
<아그네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심술궂은 파도들이
달콤한 고백 위로 몰려와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
가녀린 갈대여,
흩어지는 모래여,
흘러가 버리는 파도여,
나는 이제 너희들을 믿지 않는다!
하늘은 더욱 어두워지고,
내 마음은 더욱 사나워진다,
그리하여 나는 억센 손으로,
노르웨이의 살림 속에서도
가장 큰 나무를 뽑아
에트나 화산의 타오르는 심연에 넣어
불에 적신 거대한 붓으로
캄캄한 하늘에 쓴다.
<아그네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면 밤마다
그곳 하늘에 불의 글씨가 타올라
후대의 자손들이
두고두고 환성을 올리며
하늘에 적힌 말을 읽을 것이다.
<아그네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서정적 간주곡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서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 했어라.
흐르는 내 눈물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내가 쉬는 한숨은 노래가 되어 울린다.
그대 나를 사랑하면
온갖 꽃들 보내오리.
그대의 집 창가에서
노래하게 하오리라.
장미도 백합도 비둘기도 태양도
지나간 날에는 무척 사랑했었지,
그러나 지금은 오직 한 사람
귀엽고 상냥하고 깨끗한 그녀가
나의 모든 사랑을 불타게 하는
장미요 백합이요 비둘기요 태양이라네.
하인리히 하이네
생몰년대:1797년12월13일~1856년2월17일(뱀띠)
출생지:독일 프로이센 뒤셀도르프(유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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