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창 38

꽃핀가지, 봄날, 꿈 -헤르만 헤세-

꽃 핀 가 지  -헤르만 헤세-                                               쉼 없이 바람결에                       꽃 핀 가지는 흔들리고,                       쉼 없이 내 마음은                       아이처럼 흔들린다.                      개인 나날과 흐린 날 사이를,                       소망과 체념 사이를                        꽃잎이 날려 가고,                       가지에 열매 맺히기까지.                       치졸에 지친 마음이                       안심을 찾고,                   ..

시가있는 창 2011.09.13

그리운 바다 성산포, 바다의 오후,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어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

시가있는 창 2011.08.19

5월이 오면, 산새, 매화나무, 보내 놓고 -황금찬-

5월이 오면 - 황금찬 -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바람이 불어 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 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달 5월이다. 산 새 - 황금찬 - 창을 열어 놓았더니 산새 두 마리 날아와 반 나절을 마루에 않아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아갔다. 어느 산에서 날아 왔을까 구름 빛 색깔 백운대에서 날아 온 새 였으리라, 새가 남기고 간 목소리는 성자..

시가있는 창 2011.07.24